다음 주였던가. 이번엔 명동엘 갔다.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명동도 갔다가, 종로에도 놀러 갔다가 하던 눈부신 젊은 시절이었다.
북적이는 명동 거리에서 문득 눈에 확 띄는 얼굴이 보였다. 얼마 전 종로 지하 다방에서 이름도 모른 채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어머?!"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동시에 놀란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각자 일행이 있었기에, 조만간 회사 근처에서 다시 만나기로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종로에서 만났던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알고 보니 내 어깨를 쳤던 아이의 이름은 승열이었고 K대생이었다. 그리고 함께 있던 준우와 기현이는 S대생으로, 세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했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현이가 슬쩍 준우를 놀리기 시작했다. "얘는 얼마 전에 사진 찍으러 갔는데, 사진사 아저씨가 '얘야, 눈 좀 떠라' 그랬대."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준우는 눈이 참 작았다.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던 말을 툭 던져버렸다. "난 눈 작은 사람이 좋더라. 눈 작고, 안경 쓰고, 키 크고, 마른 사람."
말하고 나니 아차 싶었다. 준우가 딱 그랬기 때문이다. 눈이 작고, 안경을 썼고, 키가 컸으며 말랐다. 물론 내 어깨를 친 건 승열이었고 명동에서 다시 만난 인연도 승열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겐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 사이에 승열이와 밥을 한 번 먹긴 했지만, 정작 내 신경은 온통 준우에게 쏠려 있었다. 난 준우가 궁금했다.
기다리던 토요일, 퇴근길에 그가 알려주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 않고 준우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엔 반가움과 당황함이 가득 묻어났다.
"어! 전화 받고 너무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지금 양말도 못 신었어."
그냥 왔어,
응 기다렸어
우리의 진짜 이야기는, 그렇게 짝짝이 맨발 같은 서툶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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