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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에 인색했다. 내게도, 준우에게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어 확인받는 일에는 지독하리만치 인색한 연인들이었다.

언젠가 퇴근 무렵, 준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뜬금없이 명동으로 오란다.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큰소리를 땅땅 치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명동 명물인 전기구이 통닭집에서 마주 앉았다. 노릇하게 구워진 통닭을 뜯으며 내가 이유를 물었더니, 준우가 짐짓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장학금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전액은 아니고, 2등쯤 되는 성적 장학금인 모양이었다.

축하한다는 말이 먼저 나갔어야 했는데, 그 시절의 나는 왜 그리 심술궂었는지 닭다리를 입에 문 채 툭 던지듯 물었다. “그럼 1등은 누가 했어?”

당시 극장가에는 영화 러브스토리가 대유행이었다. 올리버와 제니가 티격태격하며 나누던 그 유명한 대사들을 흉내 내어 나름대로 위트 있게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내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식탁 위로 ‘싸~~’ 한 찬바람이 감돌았다. 준우의 얼굴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는 뿌듯함이 순식간에 가라앉는 게 보였다. 할 것은 다 챙겨서 해주면서도, 막상 다정한 표현 앞에서는 얼어붙고 마는 준우와 나. 우리는 참 그렇게 닮은 꼴로 서로에게 인색했었다.

그 아슬아슬하고 서툰 관계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 준우의 형이 대학교 졸업을 맞이했다. 어느 날 준우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우리 엄마가…… 형 졸업식인데 너 데리고 오라셨어.”

참고로 나는 그의 형보다 생년월일이 조금 더 빨랐다. 마침 친한 친구의 약혼자도 같은 대학교에서 졸업을 한다기에, 친구와 함께 교문 앞 꽃집에서 근사한 꽃다발을 주문하고 정성껏 준비한 선물도 챙겼다. 준우의 가족에게 처음으로 정식 인사를 드리는 자리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거울 앞에 오래 서서 예쁘게 치장을 하고 나섰다.

교문 앞에서 만난 준우의 가족은 대가족이었다. 그 시절에는 대학 졸업식이라고 하면 온 일가친척이 다 모이는 거대한 축제 같았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고 꽃다발을 건넸다. 그러다 삼각대를 세워둔 카메라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슬쩍 대열에서 빠지려 망설였다. 아직 약혼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이 가족사진에 끼어도 되나 싶어 주저하는 내게, 준우의 어머니가 다정하게 손을 이끄셨다. “괜찮다, 얘야. 이리 와서 같이 찍으려무나.”

얼떨결에 준우의 곁에 서서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셔터 소리를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무지하게 화끈거릴 정도로 민망한 패기였지만, 그 시절엔 그것이 우리의 당연한 미래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 스무 살의 푸른 흔적이 고스란히 박혀있을 그 가족사진은, 지금도 준우의 집 어느 낡은 앨범 속에 여전히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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